"책을 읽었다"의 의미 두번째

"IT에 몸담은 이들을 위한 지적 생산 기술"을 읽고 정리한 글입니다. 책을 읽는 목적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Jul 7, 2025

김현기

#ETC

들어가며

책을 읽었다의 의미에서 책의 내용을 기억하는 것만이 아닌,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목적을 다르게 두고 책을 읽어야 한다고 정리한 바 있습니다.

그 후 IT에 몸담은 이들을 위한 지적 생산 기술 <효율적으로 책을 읽으려면>이라는 파트를 통해 제가 이야기했던 주제에 대한 더 넓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어서 소개해 보려 합니다.

1. 읽기란 무엇인가?

책에서는 읽기라는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우선 읽기의 목적을 생각해보자 합니다. 저자는 책을 읽는 목적을 다음 네 가지로 구분합니다.

  • 오락
  • 정보찾기
  • 조합하기
  • 그라데이션

오락

오락이란 시간을 즐기기 위한 것이 목적입니다. 소설은 오락을 목적으로 하는 독서이므로, 효율적으로 읽을 필요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소설 읽기는 논의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정보 찾기

정보 찾기 측면에서 보면, 현대사회는 인터넷, AI의 발전으로 많은 정보에 빠르게 접근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읽기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볼 때 단순한 정보의 입력뿐만이 아니라 정보와 내 머릿속의 지식의 조합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조합하기

조합하기란 위에서 설명한 정보 찾기와 더불어 자신의 경험과 입력받은 정보를 연결하여 새로운 관점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즉, 독서는 정보 수집이 아닌 이해의 재구성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라데이션

읽기의 그라데이션은 앞서 설명한 정보 찾기조합하기 사이를 선형적으로 이어주는, 점진적인 스펙트럼입니다. 즉, 책을 읽는 목적이 명확히 나뉘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목적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자바스크립트에서 Array.prototype.flat() 메서드의 사용법을 확인하기 위해 MDN 문서를 읽는 것은 정보 찾기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지 않고 “flat()이 도입되기 전에는 어떻게 처리했을까?” “왜 이 기능이 생겼을까?” “재귀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성능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 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탐색하는 과정은 조합하기의 단계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이처럼 정보 찾기와 조합하기는 이분법적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나, 정보의 질, 내용에 의해 우리가 주체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2. 읽기라는 설계의 태스크

책에서는 읽기의 태스크(task)의 완료 조건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나는 이 책을 100% 이해할 거야”라는 태스크를 세웠다면 이 태스크는 완료될 수 있을까요?

저자는 내가 읽으려는 책에 적힌 내용의 총량을 알 수 없기 때문에, 100% 이해했는지 판단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또한, 그 내용을 머릿속에 담고 있더라도 이미 컴퓨터가 있는 시대에 꼭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기억과 검색이 분리되고 있으며, 사람의 기억은 점점 가치 창출의 수단이 되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3. 이해는 불확실한 태스크

100% 이해는 노력만으로 완전히 달성할 수 있는 명확한 완료 조건이 아니며, 이런 방식으로 태스크를 설정하면, 달성하지 못했을 때 쉽게 의욕을 잃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주제에 대한 보고서를 쓸 때 “이 주제를 완전히 이해한다”라는 불확실한 목표보다는 “관련 책 3권을 읽는다”와 같은 노력 중심의 목표가 더 달성 가능합니다.

4. 독서는 수단, 목적은 따로 있다.

독서는 목적을 이루는 수단이지만 사람들은 “책을 읽어야 해”하고 생각했을 때 독서를 무의식적으로 목적으로 정하려 합니다.

독서가 무의식적으로 목적이 되지 않게 목적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방법을 저자는 설명합니다.

1. 대략적인 지도를 입수하려는 목적

책을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책에서 필요한 부분을 파악해두고 필요할 때 읽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책을 순서대로 읽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내가 필요한 부분을 찾고 필요할 때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2. 결합하기(Syntopic Reading)

책과 책의 조합

결합하기(조합하기)에는 대표적으로 을 통한 Syntopic Reading이 있습니다. 여기서 syntopic은 접두어 syn-이 의미하듯, ‘같은’, ‘함께’라는 뜻을 가지며, 동일한 주제를 다룬 여러 책을 동시에 비교하며 읽는 방식을 말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각 책의 관점을 종합하여 더 높은 수준의 통찰을 도출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책과 문제의식의 조합

이는 명확한 키워드나 해결 방법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책을 읽다가, 우연한 접점을 통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하게 되는 과정입니다. 저자는 이러한 예기치 않은 결합이 오히려 더 본질적인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5. 안다는 것의 정의, 안다는 것이 필요한가?

책에서는 안다는 것의 정의 자체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수학자와 물리학자의 관점에서의 안다를 소개합니다.

수학자는 무엇을 안다고 말하려면 그 개념의 정의가 왜 그렇게 구성되었는지, 더 나은 정의는 없는지를 끝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물리학자의 경우는 공부할 때 어떤 이론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일단 넘어가며 전체의 그림을 파악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수학에서는 단 하나의 정의라도 완전히 납득하지 못하면, 이후의 모든 전개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고 합니다.

물리를 공부할 때는 어떤 ‘이론’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있더라도 건너뛰고 전체 모습을 이해하면 됩니다. 반면, 수학 공부법에서 어떤 ‘정의’에 대해 왜 그런지, 더 좋은 정의가 없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둘은 전혀 방향성이 다릅니다. 따라서 수학에서 정의를 이해하기 위해 드는 시간을 생략해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정의를 이해하기 위해 드는 시간을 생략해서는 의미가 없다. 엔지니어, 시게오 사이버보우즈 https://cybozushiki.cybozu.co.jp/articles/m000353.html

그렇다면 일반인에게도 안다는 것이 정말 필요할까요? 수학자처럼 안다는 것 자체가 목적이라면 당연히 중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는 수준이면 충분할지도 모릅니다.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지는 결국 자신의 목적에 따라 달라져야 합니다.

마치며

책을 읽었다의 의미에서 생각해 본 개념과 이 책에서 제시한 읽기의 구조를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억하기: 저장과 기록의 기술이 발달한 지금, 모든 내용을 기억할 필요는 줄어들었습니다. 필요한 정보는 언제든 검색할 수 있기 때문에, 기억은 더 이상 독서의 주요 목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알기: 수학자처럼 ‘정의’를 파고들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는 수준이면 충분합니다.

100% 이해하기: 어떤 책을 완벽하게 이해했다는 것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 자체가 모호합니다. ‘완전한 이해’는 실현 가능성보다는 이상에 가깝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독서를 수단으로 삼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종종 ‘책을 읽는 것 자체’를 목표로 삼지만 독서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거나, 개념을 확장하거나, 사고를 재구성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될 때 비로소 책 한 권을 읽은 가치가 극대화되지 않을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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